필기시험을 본 후,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습니다.
길게 시간 끌 것 없이, 올해 안에 실기를 봐야겠다고 마음을 잡고 실기 준비를 위한 책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저는 CAD 단축키 정도를 알고 있는 상태라서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요새 책들이 좋아서 설명도 잘 되어 있고 동영상 강의도 함께 제공해주니.
기초가 없는 분들도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의지만 있으시면
책만 구매하셔서 강의를 보며 따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안당'에서 나온 실기책을 가장 많이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주부답게 중고나라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다음 카페 '아키이천'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무언가에 홀리듯이 바로 구입했고 책을 받자마자 기초부터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꾸준히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2-3일 정도 기초(Part.1)를 그리다가 노트북을 켜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몇 주가 지나가 버리면 그 사이에 초기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그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진도가 전~혀 나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기초를 건너뛰고 Part.2로 넘어갔습니다.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 넘어서 그리려고 하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책에 첨부된 동영상 강의를 몇 번씩 보고 천천히 따라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Part.2를 마쳤습니다.
본격적으로 예제 문제는 시험 3주 전부터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 종일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앉아서 그린다는 것이,
하루에 도면 몇 장씩 그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아침에 앉아서 그리기 시작하면 중간중간 화장실도 갔다 오고, 유튜브도 조금 보고, 밥도 먹고 와서
다시 마저 그리는 식으로 하루종일 도면 하나를 그렸습니다.....
아마도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초보자분들 대부분이 그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전산응용건축제도기능사 실기 시험은
주어진 평면도를 보고 단면 상세도 1장, 입면도 1장을 완성하면 됩니다.
평면도는 보통 아파트 분양 광고물을 보면 나와 있는 도면입니다.
(예를 들면 거실 하나,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 부엌 하나)
단면 상세도는 집을 세로로 잘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벽체를 세로로 자르면 콘크리트가 보이겠지요?
그런 부분을 그리면 됩니다.
저는 단면 상세도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입면도는 밖에서 집을 쳐다 보았을 때 보이는 집의 겉 부분을 그리는 것입니다.
지붕, 벽돌, 현관문, 화단 등이 보이겠지요?
입면도를 그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집만 달랑 그리면 안 되고 집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대충이라도 나무 한 그루 이상씩은 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점이랍니다ㅠㅠ
저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서 정말 대충 그렸습니다.
타원 안에 선 몇 개 그어서 만들었습니다;;;
4시간 안에 도면 2개를 그려야 하는 시험이지만
저는 중간 중간에 딴짓하면서 하루 종일 도면 1장을 그리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시험 4일 전부터는 타이머로 시간을 맞춰놓고 그렸습니다.
확실히 타이머로 시간을 제한해놓고 그리기 시작하니,
초반부터 마음이 조급해져서 손이 더 빨라지고 중간에 화장실 가는 것도 참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4시간에 그리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싶어서 제가 사용했던 타이머도 첨부해봅니다.
https://ssl.pstatic.net/sstatic/keypage/outside/timer/timer_200428_1.html
시험 하루 전에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췄습니다.
입면도 1시간 10분 정도, 단면도 3시간 10분 정도로 줄였습니다.
하지만 다 그려놓고 모범답안과 비교해보면 중간중간 빼고 그린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절망을 했지만,
다음날 일찍 세종에서 천안까지 가야했으므로 그냥 깔삼하게 포기하고 일찍 잤습니다ㅎ
세종에는 시험장이 없어서 가장 가까운 천안에서 보았습니다.
실기 시험 접수 시작날, 아침부터 대기를 탄 덕분에 가까운 곳으로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실기 시험 접수는 필기와 달리, 정말 정말 빡셉니다!!!
집 근처에서 편하게 보려면 접수 시작하는 날에 일찍부터 대기를 타고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일하게 자리가 남은 경상도의 울산이나 전라도의 순천까지 가서 보게 될 테니까요.
저는 #천안공업고등학교에서 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2020년 2회 기능사 실기 시험을 치렀고, 천안공업고등학교는 Auto CAD 2018 입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해서 학교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수험번호-호실 안내문을 살펴보았는데
제 수험번호가 없어서 엄청 당황했습니다.
천안까지 데려다준 신랑은 "시험장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라며 저를 겁주더라고요.
입구에서 발열 검사하시던 분께 여쭤보니 뒷동 2층으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안내문이라도 붙여주시지ㅎ
바로 뒷동 2층으로 갔지만 아예 불도 안 켜져 있고 도서실만 덜렁 있었습니다.
혼자 씩씩 거리면서 1층으로 다시 내려와 맨 끝 동으로 가보니 '건축과'라고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더라고요.
2층 건축과 CAD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와 계신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저는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신발 벗고 CAD실 맨 끝에 있는 신발장에 신발을 놓고 그냥 아무 곳에나 앉으면 됩니다.
어차피 시험 설명할 때 자기 수험번호와는 다른 '비번호'로 자리배정을 받습니다.
비번호는 결시자를 제외하고 응시자들이 감독관의 응시자 목록 종이에 자기 서명을 하고 받는 번호입니다.
저는 감독관이랑 가장 먼 자리에 앉아 있어서 가장 늦게 서명을 하게 돼서 맨 끝 번호 부여받았습니다ㅠㅠ
참고로, 시험 시간이 종료되면 자동적으로 컴퓨터 화면이 잠기면서 아무것도 건들 수 없게 됩니다.
이제 그때부터는 감독관이 돌면서 수험자가 작성한 도면 파일을 감독관 USB로 옮깁니다.
그리고는 실기 시험의 마지막!
수험자 자신이 직접 자신이 그린 도면 2장을 출력하는 시간이 옵니다.
출력 시간은 시험 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시험 시간 종료 후 도면을 출력하게 되는데, 출력 순서는 비번호 순입니다ㅠㅠ
그래서 저는 모든 사람들이 출력을 마치고 마지막 사람이 시험장을 나가는 모습을 본 후에야 출력을 했습니다.
(시험 종료 후에도 30분 넘게 기다려서 나중에 신랑하고 재회했을 때
신랑이 기다리느라 녹초가 되었다고 화를 내었답니다 허허헣)
추가적으로 제 경험상 실기 시험 준비하실 때 TIP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1. 연습하면서 기회가 되면 출력을 해보자.
굵기 차이가 나는 선들이 마구 뒤섞여 있어도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다 비슷한 굵기의 선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종이로 출력해서 보면 다릅니다. 굵기 차이가 확실합니다.
얇은 선과 굵은 선이 겹쳐 있을 때는 굵은 선만 출력이 됩니다.
그래서 컴퓨터 화면으로 보던 도면과 실제 출력한 도면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연습하시면서 인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출력하는 연습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새는 집에 프린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출력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저도 집에 프린터가 있지만 잉크가 없어서;;; 다니던 독서실에서 딱 한 번 출력해봤습니다.
2. 남측 입면도를 그리기 전에 동측 입면도를 먼저 그려보자.
주로 시험 문제는 남측 입면도를 작도하도록 출제됩니다.
그치만 초보자가 바로 남측 입면도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매번 예제를 새로 접할 때마다 동측 입면도를 그려보고 나서 남측 입면도를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속도도 더딘 데다 입면도를 2개씩이나 그려야 하니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서
이런 식으로 연습하는 건 잘못된 건가 의심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남측 입면도를 그리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기 시험 준비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계신 분께는 이 방법을 추천해드립니다.
3. 단면 상세도는 케이스 별로 분류해서 외워보자.
집 전체의 단면 상세도를 그리는 것이 아닌, 특정 부분을 딱 집어서 그 부분의 단면 상세도를 작도하도록 출제됩니다.
하지만 시험 당일에 내가 어떤 부분의 단면 상세도를 그리게 될 줄은 모르니
결국에는 연습할 때 모든 부분의 단면 상세도를 그리도록 해봐야 합니다.
모범답안을 보면서 별생각 없이 연습을 하다 보면
답안 없이 혼자 풀어야 할 때 막막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스 별로 상세도 그리는 방법을 분류해 놓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 창문 상세도 그리는 방법(이중창)
- 테라스 상세도 그리는 방법(이중창)
- 벽체를 지날 때 그리는 방법(벽체 두께 확인)
- 방문 상세도 그리는 방법(문턱 그리기)
- 현관문 상세도 그리는 방법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방법으로 분류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표제란 양식은 매번 새로 작성하자.
실기 시험지를 받으면 표제란 양식이 주어지며 해당 양식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봤던 '아키이천'에는 개정 전 표제란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정된 지 몰랐을 때는 '시간 연장' 칸도 같이 작도했었지만,
지금은 시험이 개정되어서 시간 연장은 주어지지 않고
시험 시간은 4시간 10분으로 모든 수험자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아키이천 동영상 강의에서는 표제란을 작성한 도면을 저장해놓고
매번 새로운 도면을 작성할 때마다 그 도면을 불러와서 작도하도록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어차피 시험에서는 표제란을 자신이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물론 표제란 작성 시간도 시험 시간에 포함되지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매번 새도면을 작성할 때마다 표제란도 새롭게 작성하면서 연습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짜피 표제란 작성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고,
매번 그리다 보면 점점 자신이 더 빠르게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도면을 새롭게 그릴 때마다 표제란을 작성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자격증 명도 분명하게 암기가 되었습니다.
5. 치수가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입력될 때까지 연습하자.
저는 실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치수였습니다.
평면도에는 상세 치수가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부분은 자신이 치수를 알아서 맞춰 그려야 합니다.
동영상 강의를 보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부분도 치수를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붕 하나를 그리더라도 기와 하나 치수를 알아야 그릴 수 있고, 현관문의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등등
수많은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 치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강의를 들어도 헷갈리는 치수들이 있었습니다.
용머리 기와를 그리는 순서와 보조선들의 간격 등등
계속 치수들과의 전쟁이었지요.
그러다가 강의나 책을 보지 않고도 나 스스로 빠르게 치수를 기입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까지 지루할 만큼 지속적인 반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점이 지나면 도면 그리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6. 시험장에서는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저는 연습하는 내내 mvsetup 명령어로 도면 설정을 했었습니다.
교재에서 그렇게 설명을 해주었기도 했고 사용해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용지설정, 축적 설정도 한 번에 해주니 정말 편하게 잘 사용했었습니다.
제가 시험장에서 사용했던 컴퓨터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류창이 계속 뜨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mvsetup 명령어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한 실력이었는데 명령어도 실행이 되지 않고
오류창은 확인 버튼을 눌러도 계속 뜨고....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감독관께서 혹시 모르니 D드라이브에 꾸준히 파일 저장을 하라고 하셔서
파일 저장을 하려니 보니 제가 사용하던 컴퓨터에는 D드라이브도 없었습니다.
정말 멘탈이 나갈 것 같았습니다. 결국 시험 시간이 20분이나 지난 상황에서 다른 자리로 옮겼습니다.
컴퓨터가 부팅되고 산업인력공단 제어 프로그램 설치하는 시간까지 해서 최소 5분 이상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들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을 때 저는 mvsetup 명령과 싸우고 있었지요.
결국 옮기 자리에서도 해당 명령어는 실행되지 않아서 급하게 생각해낸 limits 명령어로 도면을 작성했습니다.
정말 어떻게 4시간이 지나갔지도 모를 정도로 도면 세계에 빠져있었습니다.
저는 중간에 자리를 옮겨서 추가 시간 10분이 주어졌고 여차 저차 해서 겨우 도면 완성은 하였습니다.
참고로 도면을 완성하지 못할 시에는 실격입니다.
집에 와서 폭풍 검색을 해보니, CAD LT 버전에서는 mvsetup 명령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글을 봤습니다.
천안공고에 설치되어 있던 CAD는 교육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명령어 실행이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ㅠㅠ
학교로 시험 보러 가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명령어 하나 때문에 당황해서 10분 이상을 쓸데없이 소비하지 마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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